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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통치하는가?

    2017년 1월 20일이면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2016년 6월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그가 내뱉은 말들은 거의 폭탄수준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맥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여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제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트럼프가 어떻게 다스릴지 기대가 된다.
    몇 년전 멕시코 국경을 방문했을 때 이미 설치되어있는 장벽을 보고 놀라움과 아쉬움을 가졌었다. 왜 맥시코 사람들은 그렇게 기를 쓰고 미국으로 넘어오려고 할까? 당시 우리를 인도한 현지 가이더는 “어떤 사람은 멕시코는 마약사건, 총기사건으로 위험한 곳인데 왜 그곳을 가느냐고 의아해 하기도 하는데 몰라서 그런 거예요.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말하면 안되죠.”라며 멕시코에 대하여 제대로 체험해 볼 것을 권했다. 멕시코에 대한 자부심이 적지 않았다.
    짧은 1박 2일의 방문으로 멕시코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무리이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가이드의 말대로 정겹고, 친절하고, 낙천적이었다.
    한 가게에 들렀다. 아침 9시 반경이었는데 대부분의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문이 열린 한 가게에 들어가니 점원은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들어오라고 하더니 대뜸 아즈텍 칼렌다를 보여주었다. 아즈텍 칼렌다라면 2012년 지구대종말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언젠가 TV에서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마야 문명과 아즈텍 문명의 칼렌다를 소개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예수님이 재림하시는 지구 최후의 종말은 오직 하나님만이 그 때와 시한을 아신다고 못박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즈텍 칼렌다를 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친절은 중단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그의 친절에 감동을 받아서 작은 기념품 하나를 샀다.
    그의 이름은 “케수스”라고 했는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멕시코의 거리의 악사인 마리야치가 쓰는 큰 모자를 두 개 가지고 와서 하나는 자기가 쓰고 다른 하나는 내 머리에 씌어주며 폼나게 사진을 찍었다. 자기 문화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마리야치들이 와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들은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흥겹게 불렀다. 그리고는 얼마의 팁을 챙기고는 몹시 행복해했다.

    북아메리카 남부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잡은 멕시코는 북쪽에서 남쪽까지 3,000 킬로미터가 넘게 뻗어 있는 광활한 땅이며 북쪽으로는 미국과, 남쪽으로는 벨리즈, 과테말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 멕시코인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국민의 88.0%가 유럽인과 인디언 원주민 사이의 혼혈이며, 10%가 토착인이나 인디언 원주민(Nahua, Maya, Zapotecas, Mixtecas, Totonacas, Tarascos, Purepecha)이다. 멕시코란 이름은 아즈텍 문명 때 붙은 것으로 ‘멕시틀리 신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들이 신의 땅에 살아서 낙천적이고 행복한 것일까.

    그러나 정작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지대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멕시코에서 쳐놓은 국경은 양철로 막아놓은 것인데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미국은 멕시코 정부가 쳐놓은 양철담 바로 옆에 사람이 넘기엔 너무도 힘들게 보이는 장벽을 세워 놓았다. 높이부터가 달랐고 견고하기는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국경을 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비단 멕시코인들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까지 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왜 멕시코인들이 국경을 넘을까? 멕시코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어 미국 영토로 들어가 이민국을 통과한 후에야 필자는 비로소 알았다.
    우선 국경 부근의 콘크리트 색깔부터 달랐다. 멕시코는 흰색 콘크리트였고 미국령은 붉은색이었다. 이민국을 통과하자마자 도로의 단장이 달랐고 도로 옆의 주택과 건물이 너무도 확연히 달랐다. 건물 뿐만 아니라 잔디 단장이나 풀과 나무가 달랐다. 멕시코는 일 년에 강우량이 200 mm 밖에 되지 않는 준사막이라 더운 햇빛 아래 풀과 나무가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지만 강물을 끌어와서라도 물을 풍부하게 공급받는 미국령의 풀과 나무는 파랗게 힘이 들어 있었다.

    왜 이렇게 다를까?
    안내하시는 분은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그렇죠 뭐!”
    맞다. 누가 통치하느냐에 따라 삶의 환경과 질이 달라진다. 누가 통치하느냐에 따라 어떤 국민은 기를 쓰고 국경을 넘으려고 한다. 한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가 나를 통치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다른 종착역에 설 수밖에 없다. 당신의 삶은 누가 통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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