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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

    사자와 소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에 골인했다. 소는 정성껏 맛있는 풀을 뜯어서 그야말로 진수성찬을 차려 사자에게 주었다. 저녁상을 받은 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소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쫄쫄 굶은 사자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냥을 나갔다. 그리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로 가득 채운 밥상을 준비했다. 소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신선한 풀은 하나도 없고 고기 일색인 밥상을 보고 너무 서운했다. 사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음식 때문에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지면서 서로가 하는 말, “난 최선을 다했어!” 였다.

    상대방은 한식을 좋아하는데 상대방의 의중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양식을 대접한 뒤 “난 최선을 다해 대접했다”고 우쭐댄다면 좀 우습지 않을까.

    부부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나아가 모든 인간 관계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은 최선을 다했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다면 그 최선으로 인해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만족보다는 나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Paradigm)을 “세상을 보는 안경”, “정신적인 지도 혹은 사고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최근에 개발된 도시를 방문하면서 옛날 지도를 가지고 간다면 원하는 곳에 제대로 도착할 수 없을 것이다. 헌 지도를 버리고 새로운 지도를 가져가야 원하는 목적지에 바로 도달할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현재 내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은 세상과 사물을 보는 안경이다.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것이 빨갛게 보이는 것처럼 내가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 다시 말하면 내가 어떤 패러다임에 따라 세상과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건과 사물이라도 문제 인식이 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각기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유전적 요인과 성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교육과 다른 경험으로 인해 생각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연령에 따라 세상과 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고, 지식과 전공, 그리고 성(性)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60억 인구 중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 ‘너’라는 존재가 소중하다. 그러므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며 존중할 때 서로의 행복을 누려갈 수 있다.

    “나름대로의 최선”은 아주 위험한 말이 될 수 있다. 나 중심의 사고방식을 떠나 상대방을 바로 이해한 후에 그를 위해 최고의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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